루게릭병 초기증상부터 완치 가능성까지, 직접 겪으며 알게 된 현실 이야기
“처음엔 그냥 손에 힘이 좀 빠진 줄 알았습니다.”
이 말은 실제로 루게릭병 환자 가족에게서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입니다.
그 누구도 처음부터 ‘루게릭병’을 떠올리지는 않습니다. 너무 희귀하고, 너무 무섭고, 무엇보다 믿고 싶지 않은 병이기 때문입니다.
하지만 시간이 지나고, 이상한 증상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우리는 결국 그 이름 앞에 서게 됩니다.
근위축성 측삭경화증, 흔히 말하는 루게릭병입니다.
루게릭병이란 무엇인가요? (이론보다 현실)
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질환입니다.
문제는 이 병이 근육 자체의 병이 아니라, 근육에 명령을 내리는 신경의 병이라는 점입니다.
신경이 손상되면 근육은 이유도 모른 채 점점 힘을 잃습니다.
더 잔인한 사실은 감각과 의식은 끝까지 정상으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.
아프지 않습니다.
정신도 또렷합니다.
눈과 귀, 기억력도 그대로입니다.
몸이 하나씩 말을 듣지 않는데,
그 모든 과정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병입니다.
루게릭병 초기증상
“이상하다”라고 느꼈던 아주 사소한 시작
루게릭병의 초기증상은 정말 사소합니다.
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.
“그땐 진짜 설마 했어요.”
사지형 루게릭병 – 가장 흔한 시작
가장 흔한 형태는 팔이나 다리에서 시작되는 사지형 루게릭병입니다.
- 젓가락질이 어딘가 어색해짐
- 단추를 잠그다 자꾸 떨어뜨림
- 컵을 들 때 미세하게 손이 떨림
- 발이 잘 걸리고 계단에서 헛디딤
대부분 “피곤해서 그렇겠지”, “나이 탓이겠지” 하며 넘깁니다.
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해집니다.
- 한쪽 손 근육이 눈에 띄게 마름
- 엄지손가락 아래 살이 움푹 들어감
- 근육이 혼자서 꿈틀거림(근육파속)
- 발끝이 처져 자주 넘어짐(족하수)
이 시점부터는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.
구근형 루게릭병 – 말과 삼킴의 변화
약 30%는 말과 삼킴 기능에서 증상이 시작됩니다.
- 발음이 점점 어눌해짐
- 물을 마실 때 자주 사레가 들림
- 침이 고이거나 흘러내림
- 혀가 가늘어지고 떨림
처음에는 감기 후유증이나 스트레스로 오해하기 쉽습니다.
하지만 발음은 돌아오지 않고, 삼킴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.
이렇게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듣게 되는 진단이 바로 루게릭병입니다.
루게릭병의 원인, 왜 생겼는지 묻고 싶지만
가족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이것입니다.
“왜 이런 병이 생긴 건가요?”
하지만 솔직히 말하면,
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.
유전적 요인 (약 5~10%)
- SOD1
- C9orf72
- FUS, TARDBP 등
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으며,
최근에는 이에 맞춘 유전자 표적 치료가 시도되고 있습니다.
산발성 요인 (90% 이상)
- 산화 스트레스
- 글루타메이트 독성
- 비정상 단백질 축적
-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
- 만성 신경염증
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,
누구도 정확히 “이것 때문”이라고 말하지 못합니다.
루게릭병 수명, 숫자보다 중요한 현실
의사가 흔히 말하는 평균 생존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.
진단 후 평균 3~5년
하지만 이 숫자는 현실의 전부가 아닙니다.
-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
- 10년 이상 일상 유지하는 경우
- 20년 이상 장기 생존 사례
스티븐 호킹 박사는 21세에 진단받고
55년을 생존했습니다.
수명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
관리와 대응의 문제입니다.
완치는 없지만, 할 수 있는 건 분명히 있습니다
현재로서는 루게릭병의 완치 치료법은 없습니다.
하지만 “아무것도 할 수 없다”는 말과는 전혀 다릅니다.
현재 사용되는 치료제
- 릴루졸: 질병 진행 속도 완화
- 에다라본: 초기 기능 저하 지연
- 유전자 치료제(토페르센): 특정 유전자형 환자 대상
무엇보다 중요한 지지 치료
- 호흡기 관리
- 위루술을 통한 영양 공급
- 물리·작업치료
- 의사소통 보조기기 활용
이 모든 요소가 모이면
사는 기간보다 ‘사는 방식’이 달라집니다.
루게릭병, 정말 희망은 없을까요?
지금 당장 “완치”라는 말을 쉽게 하긴 어렵습니다.
하지만 분명한 사실도 있습니다.
- 10년 전보다 치료 옵션은 훨씬 늘었고
- 유전자 맞춤 치료는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
-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은 실제로 개선되고 있습니다
루게릭병은 더 이상
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이 아닙니다.
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
혹시 이 글을
- 본인의 증상 때문에
- 가족의 진단 때문에
-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
읽고 있다면, 이것만은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.
루게릭병은 사람마다 전혀 다른 속도로 진행됩니다.
통계는 참고일 뿐,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습니다.
이 병은 몸을 빼앗아 갈 수는 있어도
의식과 존엄까지 빼앗지는 못합니다.
의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.
희망을 쉽게 말하지는 않겠습니다.
하지만 포기할 이유는 아직 없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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